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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책을 볼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의 독서 방법

친절한 잔소리꾼 2023. 10. 15. 18:38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책을 볼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의 독서 방법

 

최근에 누가 책을 사준다길래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알라딘에서 중고서적을 사다가 새 책을 사러 간다니 설레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보문고에 진열되어 있는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분야별로 나뉘어있는 책들을 둘러보니 읽지 않아도 교양이 쌓이고 동기부여가 되더군요.

'책은 말 없는 스승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 등 분명히 독서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보통 책은 눈으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시각장애인 재활교사로 근무했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들의 독서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시각장애인의 독서 실태

여러분은 한 달 혹은 일 년에 몇 권의 책을 읽으시나요?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간 성인연 연간 종합 독서율은 52%라고 합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일반 도서를 1권이나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연간 종합 독서량은 어떻게 될까요? 6.1권입니다. 1년에 6권이면 두 달에 한 권 정도 읽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장애인의 독서율이 궁금해집니다.

2019년 장애인 독서율은 26.6%입니다. 최근 1년 이내에 책을 전혀 읽지 않은 비율은 전체 장애인의 73.4%. 시각장애인의 65.4%가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

독서활동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는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를 이용했다는 응답이 36.5%로 가장 많았고, 시간이 없어서 20.6%, 장애로 인해 책 읽기가 어려워서 라는 응답은 18.9%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대체자료' 이용 시 불편한 이유는 필요한 자료가 부족함(38.7%), 독서보조기기가 없음(30.4%), 자료량과 종류가 적음(27.9%), 최신자료가 없음(26.3%)로 나타났습니다.

 

비장애인의 경우 책을 읽고 싶지만 책을 빌릴 수 없거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자료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1년에 출판되는 일반 도서 약 5만 종 중에서 시각장애인용으로 만들어지는 대체자료는 5% 미만이라고 합니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 아닌가요?

 

"온라인 세계에서도 우리는 배제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 한혜경 씨 인터뷰 내용

 

 

시각장애인의 독서방법 및 대체도서 유형

일반 도서 자료를 읽고 들을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해 접근 가능하게 변환한 자료를 '대체도서'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점자, 소리 따위의 방식으로 만든 책인데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도서 유형은 총 6가지가 있습니다.

 

1. 확대도서

일반 도서를 묵자책이라고도 하는데요. 확대도서는 묵자책의 문자나 도표를 크게 인쇄한 형태의 도서입니다.

글자 크기를 약 18포인트 정도로 확대해 인쇄한 도서이며 개인의 필요에 따라 더 확대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일반 묵자책을 독서보조기기를 이용해 확대할 수 있는데요. 마치 돋보기로 보는 것처럼요. 시각장애인은 휴대용, 탁상용 독서확대기로 글자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30, 40, 50포인트 정도의 원하는 크기로 확대할 수 있고, 색을 반전시켜 본인의 시각에 맞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확대도서의 단점은 책을 확대해 인쇄하는 경우 책의 부피가 너무 커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큰 책을 보관하기도 쉽지 않겠죠. 독서확대기를 사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요. 독서보조기기는 저렴한 것은 몇 십만 원부터 비싼 것은 몇 백만 원까지 하기 때문에 개인이 소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 시각장애인에게는 적합하지 않고, 대부분의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눈으로 장시간 책을 읽는 것이 매우 피곤하다는 것입니다. 

 

휴대용 독서확대기, 탁상용 독서확대기

 

2. 점자도서

점자도서는 묵자책을 점자로 변환해 만든 도서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며 원하는 도서가 있으면 시각장애인복지관이나 점자도서관에 의뢰해 묵자책을 점자책으로 점역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점자도서의 장점은 책을 자세히 읽을 수 있고, 소장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자도서 또한 한계점이 있는데요. 묵자책 한 권을 변환하면 부피가 많이 커진다는 점, 보관이 용이하지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자가 훼손되어 읽기 힘들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점자를 읽을 줄 아는 시각장애인만 점자도서를 활용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한 권의 점자도서를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한계로 남아있습니다.

 

점자도서를 읽는 시각장애인 / 점자도서 제작

 

3. 음성(녹음)도서

음성도서, 녹음도서는 묵자책을 전문 성우가 낭독해 그 음성을 녹음한 도서 형태입니다. 시각장애인은 녹음된 파일을 다양한 형식의 플레이어로 재생해 들을 수 있습니다.

음성도서는 1980년대 이후 국내에 활발하게 보급된 도서의 형태입니다. 과거에는 카세트테이프, CD 등으로 제작해 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음성도서의 장점은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 사람의 목소리로 녹음되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책을 들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많은 기관에서 자료를 제작하고 있어 방대한 양의 도서가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원하는 부분으로 자유롭게 이동이 불가하다는 점, 제작하는 데 많은 자원이 투입된다는 점은 한계입니다. 또 위의 점자도서에 비해 귀로 듣는 음성도서는 그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피드백도 있습니다.

 

음성도서를 녹음하는 모습

 

4. 전자도서(데이지도서)

전자도서는 묵자책을 전자자료의 형태로 변환해서 다양한 보조공학기기를 이용해 책을 읽을 수 있는데요. 현재 가장 시각장애인이 활용하고 있는 도서의 형태이며 점자, 음성, 텍스트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전자도서의 장점은 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영구적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점자정보단말기(한소네), 스마트폰, 데이지플레이어, 컴퓨터 등 다양한 보조공학기기로 자료 열람이 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음성도서는 하나의 녹음파일이기 때문에 원하는 위치로 이동이 어렵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점자도서는 내가 원하는 위치(대제목, 소제목, 절, 단락, 단어)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점자정보단말기로 점자로 된 전자도서를 읽는 모습

 

5. 바코드도서

바코드도서는 보이스아이코드라는 작은 바코드 안에 책의 내용을 함축해서 저장할 수 있는데요. 약 두 페이지 분량의 텍스트 정보를 1.8cm * 1.8cm의 바코드 안에 저장해 시각장애인 스스로 스마트폰 앱(보이스아이) 및 인쇄물 음성변환 출력기를 이용해 텍스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서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 묵자책에 보이스아이코드를 삽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함께 책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이스아이코드가 많이 상용화되지 않았고, 보이스아이코드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보이스아이 어플을 설치해 각 페이지에 있는 코드를 촬영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보이스아이코드와 보이스아이코드를 인식하는 모습

 

6. 촉각도서

촉각도서는 책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제작해서 손(촉각)을 이용해 책을 읽는 방법입니다.

보통 유야 또는 학령기 아동에게 적합한 도서의 형태입니다.

 

 


시각장애인의 독서방법에 대해 이해가 되셨나요?

시각장애 발생 이전에 독서를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시각의 상실로 더이상 책을 읽을 수 없게된 점을 가장 아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의 방법을 이용한다면 많은 자료를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도서들이 더 많이 제작되어 보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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